39주 자연주의출산 리얼 후기
진료에서는 38주 3일에 태동검사를 받았어요.
불규칙하지만 진통이 잡혀 내진을 하게 됐어요. 생각보다 아프진 않았어요. 결과는 자궁문이 2센티 열리고 자궁경부가 60% 얇아졌다고 하셨어요. 벌써 2센티라니 조급해져서 폭풍운동을 했어요. 하루, 이틀이 지나도록 큰 진동 없이 39주가 되어버렸어요.
중간에 주치의 선생님도 걱정이 되셨는지 직접 연락도 주시고 했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어요. 걷기, 계단 오르기, 짐볼 타기, 개구리 자세로 열심히 걸레질도 했지만 힘만 빠지고 그냥 마음을 놓고 때가 되면 나오겠지 생각하기로 했어요.
어린이날인 5월 5일. 운동 겸 산책 겸 공원에 가서 조금 시간을 보내고 조카들을 데리고 백화점 쇼핑을 갔어요. 오후 3시쯤 이슬을 보고 6시부터 15분 간격의 규칙적인 진통이 찾아왔어요. 조금은 설레기도 하고 조금은 두렵기도 했지만, 든든하게 식사를 하고 집으로 가서 진통 간격을 체크하며 마음의 준비를 했어요. 밤 9시부터 진통이 5분 간격으로 줄었어요. 한 번씩 세게 아프긴 했지만 참을 만했고 짐볼을 타거나 허리를 돌리며 진통을 견뎠어요.
중간에 병원에 전화해 보니 자연주의 출산이라 3분 간격으로 1시간 지속되면 병원으로 오라고 해서 참고 참다가 4분에서 줄지 않아 그냥 병원으로 갔어요. 그때가 6일 새벽 2시쯤이었어요. 가자마자 자연주의 분만실에 들어갔고 내진을 하니 5센티가 열렸다고 했어요. 경부는 지난 진료 때와 같이 60%라고 하더라고요.
욕조에 물을 받아주시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 욕조 안에서 진통을 할 수 있게 준비해 주셨어요. 너무 오래 하면 지칠까 봐 중간중간 와서 확인해 주시고 편하다고 하니 조금 더 있게 해 주셨어요. 몸을 좀 더 편하게 이완시킬 수 있었고 덕분에 진통도 견딜 만했어요. 계속해서 아가를 생각하며 견뎌나갈 수 있었죠.
근데 자궁경부가 더 얇아지지 않았어요. 짐볼을 타고 조금씩 움직이면서 진통을 견디며 중간중간 태동기를 달고 진통 간격을 체크했는데 4분 간격에서 줄어들지 않고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점 지쳐갔어요. 왜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했을까... 촉진제를 놔달라고 할까 이러다 수술하는 건 아닐까 온갖 생각이 다 들었어요. 진통의 강도보다 진행이 더 늦어져서 더 힘들었어요.
그때 수간호사 선생님과 간호과장님께서 오셔서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천천히 진행되는 타입이라 그렇다고 기운을 북돋아 주셨어요. 진통 와서 힘들어하면 손을 잡아주시고 계속 마사지와 호흡을 함께 해주셨어요. 남편도 옆에서 호흡이 짧아지지 않게 숫자를 세주고 테니스공으로 근육을 풀어주며 마사지해 줬습니다.
긴 시간이 흐르고 오전 9시쯤 되니 원장님도 오셨어요. 출근하시자마자 급하게 올라오신 듯했는데 선생님을 보니 좀 안심이 되었답니다. 9시부터 2~3분 정도로 진통이 짧아졌고 경부도 조금씩 더 얇아지기 시작했어요. 이미 12시간 이상 진통을 겪은 터라 기운도 많이 빠졌고 아기도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진통이 길면 태변을 먹을 수도 있다고 양수를 터트리자고 하셨어요. 자궁이 7센티 열리고 경부도 75% 정도 열릴 때까지 계속 짐볼을 타고 움직였어요. 11시쯤 양수를 파수하고 본격적으로 아기가 내려오게 힘주기를 했어요. 양수 터트리고도 진통이 세지 않으면 촉진제를 맞아야 할 것 같다고 하셨는데 다행인 건지 파수 이후 아기가 잘 내려왔어요.
비몽사몽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간호과장님과 남편이 하라는 대로 호흡하고 힘주기하고... 끝날 것 같지 않던 진통이었는데 간호과장님이 머리가 보인다고 계속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믿기지 않았지만 계속 코치해 주시는 대로 최대한 신경 써서 호흡하고 밑으로 힘을 줬어요.
아기 머리가 보이기 시작하고 편한 자세로 힘주기를 하는데 자연주의 분만실에는 변기 모양의 의자도 있었어요. 저는 변기모양 의자에 앉아서 힘을 주는 게 편하더라고요. 힘주는 느낌이 더 잘 느껴졌고요. 2시까지는 아기를 낳을 수 있다고 잘하고 있다고 힘 잘 준다고, 잘했다고, 아기 머리가 보인다고 끊임없이 격려해 주셨어요. 4센티 정도 아기 머리가 보이고 침대로 옮겨가 정말 마지막 힘주기를 했어요.
실감 나지 않았는데 변기의자에서 침대로 오는데 갑자기 분주해지고 간호사님들과 간호과장님 원장님 콜 하는 소리도 들렸어요. 남편도 침대에 올라가 앉아서 뒤에서 안아주고 마지막 힘주기를 하는데 쑥~하는 느낌과 함께 짱짱이가 태어났어요. 남편이 울더라고요. 저도 눈물이 났어요. 아기가 힘들었는지 나오면서 양수와 피를 좀 삼켰다는데 다행히 바로 빼주셔서 짱짱이가 잘 울더라고요.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진통 중 회음부 마사지를 잘해주셔서 찢어짐 없이 약간의 열상이 있었는데 후처치도 잘해주셔서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요. 태맥이 끊어지고 신랑이 탯줄을 잘라주고 제 가슴에 아가를 올려주셨어요. 정말 믿기지 않는 시간이었어요. 꼬물거리는 내 아가 너무너무 사랑스러웠어요. 신기하게도 가슴에 안아주니 울지도 않고 새근새근 하더라고요.
아마도 수술을 했다면 느끼지 못했을 환희의 순간이었겠지요.
길게 진통을 했지만 몸 상태는 놀라울 정도로 멀쩡했어요. 1~2시간 후 미역국을 먹고 아기를 보러 면회실도 다녀왔답니다. 출산 하루 지나고 가족들이 20시간 진통했던 사람 맞냐고 할 정도로 회복도 빨랐어요.
잘 돌아다니고 잘 먹고 3일째부터는 회음부 방석 없이도 의자에 잘 앉았어요.
사실 진통이 길어질 때는 불안한 마음에 자연주의 출산을 포기하고 촉진제를 놔달라고 할까 많이 고민하고 내 욕심에 아기가 힘들지 않을까 후회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출산 후 빠르게 회복되는 제 모습과 건강한 아가의 모습에 정말 잘 선택했다 싶어요. 진통 중에 사라졌던 둘째 생각이 산후 2일째부터 다시 올라오고 있어요. 둘째도 생기면 당연히 자연주의 출산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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